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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진 진실

닥터오 0 847 2020.12.23 10:59

​가려진 진실


아버지의 성적인 행위에 대해 잘잘못을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는 비로소 10살 이후에서야 아버지의 행동이 이상했음을 주변 사람들을 통해 알게 된다. 어느 날, 자녀가 어머니에게 엄마, 아빠가 내 몸을 만졌어!” 하면, 어머니는 자녀에게 그럴 리가. 아니야. 설마, 거짓말이지. 네가 잘 못 본 거겠지. 네가 꿈꾼 거야.” 하고 아버지의 행위를 부인한다.

 

자녀는 성인이 아니라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며 돌봄 받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다. 하물며 피해를 본 자녀에게 가해자와 어머니는 적절한 대처보다는 피해자에게 더 가혹하게 부모를 이해해 달라며 애원한다. 어머니는 혼자 자녀를 양육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버거운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법적으로 연루되지 않게 배우자의 행위를 숨기고 부정하는 것이다. 즉 이 아이만 조용히 하면, 우리 가정은 평화로울 것이라는 착각으로 범죄자인 배우자를 신고하지 않고 묵인한다. 앞으로는 안 그럴게라는 배우자의 말을 믿으며, 자녀에게 회유하도록 배우자를 설득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배우자에게 사과하도록 하여 사건을 일단락시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범죄자인 아버지와 함께 살도록 한다. 급기야 힘들어하는 피해자의 오랜 고통 호소에 지친 나머지 피해자를 원망하고 미워하며 가정 파괴범이라고 몰아세우기도 한다. 아이는 아버지와의 성적 관계를 어머니가 몰랐다는 사실만으로 무관심과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데 자신을 몰아세우는 부모에게 또다시 내몰리듯 버려지면서 숨죽이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성 학대를 당한 여성은 성적인 물건과 관련된 것만 보아도 구역질이 난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성폭력 가해자인 아버지는 자신의 아이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만의 비밀로 하자. 엄마한테 이야기하면, 엄마가 싫어할 거야. 나중에 크면 다 알게 돼!. 우리 아이 잘 자고 있는지 아빠가 확인해 볼까. 아빠랑 장난치니까 좋지.”라는 말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한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의존하는 아이에게 성적인 관계를 요구하면, 아이는 그대로 응하게 된다. 대개 미성년자와 성행위를 한 성인들이 주장하는 것 중 하나가 아동과 동의하에 성행위를 했다고 호소하지만, 이는 이치에 전혀 맞지 않는다. 동의란 동등한 동료 관계에서 적용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녀 사이에 행해지는 성관계는 강제성을 띠기 때문에 강간이다.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의 주요 증상은 수치심, 불안증, 낮은 자존감, 열등감, 죄의식, 자학행동, 학습장애, 적대감, 공격성, 우울증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증상은 오랫동안 신체적 고통을 수반한 기억과 관련된 생각이 뇌 속으로 침투해 들어오기 때문에 기억과 고통에서 벗어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그 기억은 꿈으로 나타나서 괴롭히기도 하고, 일상생활을 방해하기도 하며 몸으로 나타나 구토를 동반하거나 몸서리치는 고통을 주기도 한다.

 

피해자들은 어렵게 용기 내어 상담을 받으면서 모든 사건의 발생에 대하여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며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이들은 땅에 발을 딛고 걸어가는 것조차 버겁고 힘이 들어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하여 갑옷으로 자신을 감싸기 시작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고통과 함께 살아온 자신이 무너져내릴 것 같기 때문이다. 수년간 고통 속에 살아가는 이들은 닫힌 마음을 여는 데에도 수개월, 수년이 걸린다. 오랜 침묵 속에서 숨어지내며 겨우 신뢰할 수 있는 상담자를 만났을 때도 어떤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른다. 설령, 상담자에게 털어놓았다가 수치심과 죄의식으로 다시 몸을 움츠리며 더 깊은 내면세계로 자신을 숨기기도 한다. 때문에 상담자는 피해자에게 무조건적 존중과 이해를 통한 안정감을 제공해 주어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는 언제쯤이면 친족의 성적 학대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 자녀에게 성 학대를 한 아버지는 예비살인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 시절 성 학대 경험을 한 피해자들은 상처와 고통으로 얼룩져 불안과 우울을 넘어 공포에 이른다. 이를 위하여 우리 자녀를 성범죄자로부터 보호하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모든 국민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가려진 진실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채 오롯이 피해자들의 고통만 남을 것이다.


상담학박사 김순례[새전북신문사 12월 21일자 신문_ http://www.sjbnews.com/news/news.php?code=&number=701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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