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생존법
왕따 생존법
요즘 정치계와 스포츠계, 연예계 등에서 왕따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 뉴저지에서는 왕따 피해자인 12세 말로이라는 소녀의 사망 후 3년이 지나 현재 ‘말로이 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주 하원의 승인 절차만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의 경우 왕따 가해자의 피해에 관한 관련 내용을 영구적으로 기록하고 사건과 관련된 학생들의 부모에게 통보하는 것이 의무화됐다. 우리나라는 가해자에 대한 출석정지나 전학 조치 외에 구체적인 법안이 제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왕따란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소외시키고 무시하면서 언어적이고 정서적이며 신체적으로 괴롭히는 것을 말한다. 무리를 지은 집단 안에서 한 사람 이상이 자신을 외면하거나 언어로 상처를 주며 신체적 폭력을 행사하면, 다수의 압력에 압도되어 방어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왕따가 한번 시작되면, 한 번의 괴롭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되면서 이후 왕따라는 꼬리표까지 붙는다. 때문에 한 번 이상 왕따를 당한 사람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이전의 심리적 외상을 회복하려고 환경을 바꾸어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려고 하지만, 이런 방법도 잠시뿐, 사람이 무서워 불안하고, 우울감에 휩싸이면서 위축된다. 더 나아가 자존감이 낮아지고 급기야 자기를 비난하면서 주변 사람이 모두 자신을 싫어하고 거부하며 떠나갈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소외감을 강하게 느낀다. 이러한 정서는 자신이 살아야 할 의미마저 상실해 버린다. 사람은 타인과 서로 소통하고 관심과 사랑을 주고받으며 존재감을 느낀다. 자신이 왕따를 당했다는 사실은 수치감을 느끼게 하고, 자신에 대한 가치를 평가 절하하게 만든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독립적으로 살고 싶다고 표현함으로써 자신의 상처를 감싸고 위로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 세상과 단절하여 살기란 쉽지 않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대인관계는 사람에 따라 학교, 사회, 직장생활에서 얻는 스트레스를 가감시켜준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더 강한 그룹에 소속하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우리 몸을 보호하려면 외부에서 체내로 침입하는 질병의 전염을 방어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면역력이다. 우리 몸 안의 면역력이 저하되면, 염증 수치가 높아지는데 사람과의 결별이나 따돌림을 당할 때도 몸의 면역력이 저하되어 염증 수치가 높아진다. 또한 상대로부터 거절을 당하고 이별한 사람의 사진을 보면, 마치 화상을 입은 것과 유사한 고통을 느낀다. 특히 더불어 사는 공동체로서의 인간은 따돌림을 당하면 소속감을 상실하고 대인관계에 자신감이 저하되면서 생존의 위협감을 경험한다.
이들의 상처를 회복하기 위하여 가해자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구체적 집단활동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왕따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도록 한다. 가해자들은 대부분 자기중심적으로 타인을 보기 때문에 상대의 입장을 잘 헤아리지 못한다. 이를 위하여 가해자에게 자신의 관점에서 벗어나 당하는 사람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관점을 전환한다.
둘째, 왕따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한다. 소외감을 느끼는 환경에서 왕따 당한 이의 생각, 정서, 행동에 따라 가해자가 역할극을 체험하도록 한다.
셋째, 왕따에게 행한 행동이 비합리적이었음을 깨닫도록 한다. 가해자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합리화하려고 한다. 이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은 마음인데 집단활동을 통해 가해 행동이 결코 정당화될 수 없음을 깨닫도록 한다.
피해자가 왕따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안에서 한 사람 이상의 친구를 먼저 만들고, 소속된 단체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구성원의 특성을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구성원의 모습을 살펴본다. 얼굴 생김새, 옷 모양새, 머리 모양, 이상형에 대해서 알아본다. 자신과 어떤 것이 유사하고 다른지 탐색한다.
둘째, 구성원의 정서 상태를 살펴본다. 분노를 다스리고 불안을 조절할 수 있는 자제력이 있는지, 상대의 힘든 상황을 읽어낼 수 있는 지각이 있는지, 공감 능력이 있는지를 알아본다,
셋째, 구성원의 취미나 선호 활동을 살펴본다. 운동, 공부, 영화, 게임, 여행, 동물, 음식 등은 무엇을 선호하고 취미로 여기는지 알아본다. 이러한 탐색은 동질감과 이질감, 시각확대를 통해 서로 맞추어 가며 소속감도 느낄 수 있다.
왕따를 시키는 가해자의 문제 행동이 같은 시기에 성장하고 있는 또래에게는 자아발달을 붕괴시키는 심각한 범죄행위라는 것을 인식하여야 한다. 따라서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피해자 또한 궁극적으로는 가해자를 용서하는 과정에서 상처 회복의 길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김순례, 상담학박사>새전북신문사 2021년 2월 16일자 김순례의 칼럼을 수정보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