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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후기

우리 가족이 사라져버릴 것 같아 너무 무서웠어요

김민서 0 3,530 2018.10.24 20:18

오늘은 저희 가족에 대한 주제로 상담을 진행했어요.

어제 저희 가족 내에서 심하게 갈등이 있었고, 이혼 이야기까지도 나왔거든요.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우리 가족을 지키고 싶었어요. 조금만 잘못하면 우리 가정이 언제든지 깨져버릴 것 같았거든요.

어렸을 때 우리 엄마가 이혼 관련하여 친구와 통화하고 녹음해둔 것을 들었던 기억이 생생해요.

그 이후로 저는 우리 가족이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나 무서웠고

가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제가 역할을 잘 해야 된다고 강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어요.


저는 아빠와 사이가 좋지 않은 편인데, 그럴 때마다

우리 엄마는 그런 제 마음을 알아주시거나, 아빠의 폭언으로부터 저를 지켜주지도 않았으면서

자꾸만 저에게 "엄마 확 이혼해 버릴까? 니가 이혼하라고 하면 할게. 이혼해? 할까?" 하면서

학생이었던 저에게 자꾸만 부담을 주셨어요.


저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제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가지고 엄마가 협박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너무나도 무서웠고,

엄마가 그런 말을 하면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이혼하지 말라고 울고 매달리기만 했죠.

그리고 엄마가 이혼하려고 하는 것이 다 제 탓인 것 같이 느껴졌고,

제가 가족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더 잘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어요.


아빠는 어릴 때부터 저에게 정서적인 지지가 하나도 없었어요

어린 시절 기억나는 아빠의 모습은 저희한테 욕하고, 소리지르고, 입 다물라고 하고, 무시하는 모습밖에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러면서 저와 동생에게 자꾸만 "너 때문에 내가 이 지경으로 산다. 너네만 없었어도" 라며 비난하시고

"나는 내가 돈 벌어서 오는 거를 너네한테 왜 써야 되는지를 모르겠어. 니들이 나가서 돈 벌어와"

"아빠는 니네 낳아주고 키워줬고, 너네 결혼하거나 뭐 할 때 한 푼도 보태줄 거 없으니까 니들 인생은 니들이 알아서 살아. 아무것도 안해줄거야"

"우리 집에 빚이 2억이야. 니들이 다 갚아야 돼. 아빠는 퇴직하면 아무것도 모른다"

이런 말을 하곤 하셨어요.


저는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 때문에, 나를 키우는 데에 돈이 많이 들어가서 우리 집이 이렇게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이 집에 태어난 것 자체가 죄스럽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내가 '돈 값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우리 가족에서 내가 뭔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으면 가족이 부서져버릴 것 같았고,

이혼할까? 하고 물어보는 엄마의 말에 "아빠랑 이혼해"라고 말하는 순간 엄마 아빠가 정말로 이혼해 버릴 것 같았어요.


오늘 상담을 받으며 제가 어린 시절, 저를 정서적으로 보호해 줄 수 있었던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아빠는 지지해 주기는 커녕 내 마음을 아프게 했고,

엄마는 나를 아프게 하는 말들로부터 저를 보호해주는 엄마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어요.

원래대로라면 엄마가 저를 보호해주고, 저는 그 모습을 배워 나갈 수 있었겠죠.

하지만 그런 것들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성인이 된 지금도 저를 보호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어요.

그래서 오늘 상담사 선생님께 부탁드린 것도

"우리 가족이 갈등이 생길 때마다 너무 힘든데, 이럴 때 제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라는 것이었죠.

남들에게 상처를 받으면 제가 저 자신을 보호할 수 있어야 했는데,

어린 아이의 모습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있었던 거에요.


이제부터는 성인인 제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앞으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아빠가 나에게 나쁜 말을 할 때, 그걸 듣고 상처를 받으며 움츠려 있기보다도

"아빠가 그런 말을 할 때 나는 정말 속상해요. 아빠가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아빠가 우리에게 욕을 할 때 나는 너무 무서워요. 욕하지 마세요"

이런 식으로 아빠에게 제 감정을 전달하고, 하지 말아 달라는 뜻을 전할 거에요.

한두번만에 확 달라지긴 어렵겠지만,

계속 반복하다 보면 아빠도 언젠간 '얘가 이걸 싫어했었지'하고 달라질 수 있을 거에요.


아직은 아빠나 엄마에게 맞서서 이런 말을 하기가 많이 무서워요

하지만 변화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배웠어요

이제부터 조금씩 노력해 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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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나누면 가벼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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